지난 해 12월 중국이 강력한 봉쇄령의 반동으로 일어난 자국 내 시위로 인해 방역을 전면 완화하자, 3년간 꾹꾹 참아온 14억 중국인의 보복 소비가 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오프닝 뜻은 코로나 사태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현재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국으로 말하면 코로나 기간 중 억눌린 소비 심리가 분출하는 ‘보복 소비’와 비슷합니다. 리오프닝으로 인해 중국의 소비 심리가 크게 개선되고,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산업 전반이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관광 수요가 늘어나며 오랜 기간 침체된 마카오 카지노 역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금리 정책 탓에 잔뜩 움츠러든 세계 경제가 중국의 소비 회복으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춘절 연휴 기간 폭증한 중국인의 보복 소비
중국의 음력 설 연휴를 말하는 춘절(春節) 기간(1월 21일~27일)을 상징하는 단어는 ‘번호표(排號)’와 ‘줄 서기(等位)’일 것입니다. 연휴가 한창인 2월 2일 오후, 베이징 궈마오(國貿) 백화점 2층 카페는 일찌감치 모든 좌석이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손님조차 나올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카페 직원은 작년 말까지 한산한 백화점이 지금은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며 화색을 띄었습니다. 1일 베이징 다싱(大興) 쇼핑몰은 하루 방문객이 5만 명을 넘어서며 푸드코트에서 번호표를 나눠주기까지 했습니다. 중국 최대의 음식 딜리버리 어플리케이션 ‘메이퇀(美团点评)’에서는 대기 번호만 1,000번이 넘는 식당이 나왔습니다.
리오프닝이 이끄는 중국의 완연한 소비 회복세는 각종 소비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처럼 중국 최대의 소비 기간이기도 한 춘절 연휴 중 중국 내 관광객은 총 3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2021년 기준 14억 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 중 20% 가량이 여행에 나선 것입니다. 이외에도 춘절 연휴 기간 폭증한 중국인의 소비를 증명하는 각종 경제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67억 위안(1조 2,410억 원)의 영화 타켓 판매량
하이난(海南) 지역 인터넷 쇼핑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 상승한 33억 위안(6,112억 원)
2023년 1월 제조업 ·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모두 50.0 돌파
특히 선행 경기 지표로서 50.0을 넘어설 경우 향후 경기 개선을 의미하는 구매관리자지수는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0을 넘어섰습니다. 건설업과 서비스업이 해당되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를 넘어서며, 중국인의 살아나는 소비 심리를 대변했습니다.
이와 같은 폭발적인 리오프닝 수치를 두고, 중국의 신용 평가 기관 둥팡진청(东方金诚)의 펑링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소비 회복 추세가 예상치를 훨씬 웃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중국인이 마음껏 소비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과 저축 액수가 7,200억 달러(905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러한 초과 저축이 소비로 치환될 경우 중국 경제는 막대한 소비 지출을 바탕으로 엄청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중국 경제의 향후 향방을 가늠할 코로나 확산세 역시 잦아들어 희망의 시선은 더욱 강해집니다. 작년 삼엄한 코로나 봉쇄령으로 국민들의 큰 반발에 시달린 이후 봉쇄령을 완화한 중국 정부는 이제 코로나 대확산의 위기를 넘겼다고 판단했습니다. 중국에서 코로나 감염 후 사망자가 정점 대비 90% 감소했으므로, 코로나 봉쇄령을 고집할 명분 역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봉쇄에 대한 의지가 약해지면 약해질 수록 중국인의 소비 금액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오프닝에 의한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
이번 춘절 연휴처럼 코로나로 인해 억눌린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며, 중국의 리오프닝이 기나긴 코로나로 극심한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세계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5.2%로, 작년 10월 전망치인 4.4%보다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중국 경제 재개가 혼란스러운 제조업 공급망을 정리하고 생산량을 늘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리오프닝이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리오프닝 덕분에 중국의 주요 산업 역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의 에버브라이트(EverBright) 증권은 리오프닝 이후 관광 산업과 외식, 엔터테인먼트, 기타 소매 분야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업과 부동산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춘절 연휴 기간이 끼어 더딘 회복세를 보이는 제조업 경기가 개선되며, 작년 말부터 대규모 재정 지원에 나선 중국 정부에 의해 부동산 시장 역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상장 업체들의 이익 성장률 예상을 기존 13%에서 17%로 상향 조정했고, 모건스탠리 또한 IT 기업과 같은 기술 성장주를 추천 종목에 다시 포함했습니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경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앞다퉈 대규모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습니다. 장쑤 지역과 산둥 지역, 닝샤와 허베이 지역에서 채용 박람회가 잇따라 열렸으며, 중국 정부가 집중 육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IT ·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신규 채용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늘어난 고용은 중국의 소비 심리 회복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의 경제 회복은 중국과 밀접한 경제 공동체 관계를 형성한 한국에게도 호재입니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물량 중 76%가 중국 내수 소비 물량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위축된 소비 심리가 살아나는 만큼 한국의 수출 부진 또한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인의 보복 소비로 인해 시중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일시에 풀리며 악영향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세계 물가를 끌어올리는 암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중국의 소비 지수가 개선되며 늘어난 원자재 수요 탓에 물가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RB)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작년부터 쉬지 않고 기준 금리를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를 따라가기 위해 전세계 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간신히 인플레이션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소비가 폭발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최악의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해 계속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져 세계 경제가 더욱 심한 침체에 빠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중국의 소비 회복으로 되살아나는 마카오 카지노
리오프닝을 통한 중국 경제의 회복세는 마카오 카지노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카지노의 매출은 많은 현금이 오가기 때문에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가장 밀접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마카오 카지노는 중국의 강력한 봉쇄령과 반(反)부패 정책 기조로 인해 2년간 절망적인 시기를 보냈습니다. 마카오 카지노가 중국인 고위 관리 및 부자들의 돈 세탁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중국 정부는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마카오 카지노 사업 운영 면허를 가진 정부는 이를 무기로 각 카지노 업체에 중국 정부의 입김이 닿는 인사를 배치하였으며, 카지노가 단순한 카지노를 넘어 복합 리조트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반 강제적인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2020년 1월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한 봉쇄령이 더해지며 마카오 카지노를 가장 많이 찾는 광저우 거주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작년 7월경은 2주 가량 아예 카지노 전체를 폐쇄하기까지 했습니다. 한 때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카지노 도시로서 명성을 날렸던 마카오는, 중국 정부의 단속과 코로나의 이중고에 시달린 끝에 결국 매출이 90% 가량 급감하며 어려움을 면치 못 했습니다. 마카오 카지노의 어두운 미래를 감지한 미국 카지노 업체가 마카오를 떠나 동남아로 이동할 정도였으니, 마카오 카지노 업체들의 어려움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어둡기만 하던 와중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로 다시 한 번 마카오 카지노 산업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것입니다.
1월 8일 중국 정부가 마카오 입국자에 대한 격리 의무를 해제하며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노선을 변경하자, 국경이 열리는 동시에 마카오 카지노로 중국인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춘절 연휴 닷새 동안 31만 8,000명이 마카오를 찾아왔으며, 이 중 중국 관광객이 18만 명이며 홍콩 관광객은 11만 8천 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마카오 게임감독조정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춘절 연휴 기간 동안 마카오 카지노를 방문 관광객은 총 45만 명이며 카지노 수익 금액은 14억 달러(1조 7,640억 원)입니다. 월간 수익 규모로 살펴봤을 때 이는 코로나 초기인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줄어들기만 했던 매출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 역시 2022년 2월 이후 처음입니다. 몰려든 손님으로 인해 바카라 등의 테이블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 베팅 금액은 300위안(5만 5천 원)의 5배인 1,500위안(27만 8천 원)까지 올라갔습니다.
리오프닝 이후의 폭발적인 수요 덕에 마카오 카지노가 국면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는 여전한 불씨로 남아 있습니다. 중국 본토에서 이어지는 불법 행위를 차단하고 마카오의 카지노 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국 정부의 방침이 지속되는 한, 무턱대고 낙관론을 펼칠 수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마카오 당국은 마카오 카지노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지침 아래 작년 1월 카지노 라이센스 유효 기간을 기존 20년에서 10년으로 절반이나 줄였고, 기간 연장 신청 또한 5년에서 3년으로 줄였습니다. 면허 신청을 위한 최저 자본금 역시 2억 파타카(311억 원)에서 50억 파타카(7,792억 원)로 자그마치 25배나 올렸습니다. 기존 업체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규 업체의 진입 허들을 높이겠다는 계산입니다.
중국인 입국 증가로 회복세에 돌아선 한국 카지노
코로나 봉쇄 정책 완화로 인한 리오프닝으로 국내 카지노 업체 역시 반색을 띄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경제 활동 재개로 한국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살아나며 업체 주가 또한 회복세로 돌아섰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 운영 업체는 그랜드 코리아 레져(Grand Korea Leisure, GKL)와 파라다이스 그룹은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서며 주가가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처럼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안정적으로 지속된다면 올해와 내년까지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작년 10월 일본이 코로나 봉쇄를 완화하며 한국과 일본의 90일 이내 관광은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일본인의 카지노 방문 횟수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중국인의 입국은 한국 카지노 업계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지난 1월 한국 정부가 중국인 입국에 제한을 걸며 양국간 갈등이 빚어지긴 했지만, 중국인 VIP 관광객과 단체(Mass) 관광객 방문은 꾸준히 회복 중입니다. 리오프닝이 한국 카지노 업계에 끼치는 완연한 회복세는 통계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GKL과 파라다이스의 드랍액(칩 구매 액수) 합산 금액은 7,488억 원으로, 80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272%, 190%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월 평균 수치와 비교해도 각각 82%, 76%까지 회복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적자를 지속한 GKL은 지난 해 3분기부터 실적을 회복하기 시작하며 최근 흑자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리오프닝 호재에 두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부터 중국인 입국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주가는 최근 빠른 회복세에 들어섰습니다. 중국이 그간 시행한 초강력 봉쇄령을 해제하고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한 작년 12월부터 중국인 입국자가 증가할 것이라 예상한 투자 업계는 7일 연속 순매수에 나서 GKL을 1,000억 원, 파라다이스를 1,650억 원 가량을 사들였습니다. 리오프닝 관련주에 대한 향후 주가 전망 역시 긍정적입니다. 중국인 입국자 수에 따라 실적이 갈린다는 점에서는 불안 요소가 존재하지만, 중국인 입국자 수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주가 상승 여력 역시 충분하다는 계산입니다. 중국인 VIP 관광객 뿐만 아니라 단체 관광객 입국 또한 늘어나면 매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신한투자증권 지인해 연구원은 지금이 리오프닝 주식 매수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설파하며, GKL과 파라다이스 주가 전망에 대해 “둘 모두 중국인의 드랍액 증가가 눈에 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일본인 VIP 관광객 덕에 2019년 매출의 80%까지 회복했다면, 흑자 전환에 돌입한 작년 3분기 이후의 성장 동력은 중국인 관광객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2019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중국인 입국자 수 증가는 충분히 긍정적인 요소”라 평가했습니다. 하나증권 이기훈 연구원은 “일본 VIP 관광객의 입국 증가와 항공 노선 재개를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까지 카지노 업체 주가는 상승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하며, “본격적인 중국인 입국은 2분기부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드랍액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경우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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